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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인생 선배가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 눈앞엔 고속도로만 보인다. 남보다 빨리 이 길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린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달린다. 부산에 발을 딛는 순간에서야 깨닫는다. 아, 여기가 아니구나….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대학생 중 많은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해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앞길을 깊이 고민해보고 부모와 교사와 상의하여 진지하게 진로를 선택하기보다는 방향과 목적지를 모르고 무작정 출발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여 자신에게 행복한 진로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모범생으로 평범하게 청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진로를 나중에서야 다시 찾아 나선 선배들의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아볼까요.

세 명의 젊은이가 있습니다. 공통점은 사회생활을 이미 5년 이상 했어야 할 나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백수로 지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두 학창 시절 모범생 소리를 들었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보인 씨(33)는 외고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전형적인 ‘엄친아’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졸업 후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이보인 씨는 중고교 시절에는 수학을 좋아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고가 아닌 외고에 진학한 데는 누나의 영향이 컸는데요. 그 당시에는 외고에 다니는 누나를 따라가는 길이 가장 좋은 줄 알았습니다. 점수에 맞춰 일본어과를 갔는데 외국어를 싫어했기에 난생 처음 시험지가 까맣게 보이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는 광고 종사자가 쓴 책을 보니 멋있기도 하고, 회사원인 아버지가 좋아 보여서 광고인이나 회사원이 되어야지 생각했답니다.


김은지 씨(27)와 윤채우리 씨(28)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사람 역시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김은지 씨의 선택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습니다. “너는 공부를 잘하니 의사가 되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크다 보니 그것이 자신의 길인 줄 알았고, TV 속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모습이 근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에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의대에 가려 했지만 시험에서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서강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공대에 가면 취업이 잘된다고 담임 선생님이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윤채우리 씨는 어릴 때부터 방송반 활동을 했지만 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역시 선생님의 영향이 컸는데요. 고교 2, 3학년 담임이 모두 역사 담당이었는데 선생님들은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며 이과면 약사, 문과면 교사나 사서를 하라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면 선생님들은 성적에 맞는 대학, 학과가 나열된 배치표를 펼치고 학생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재수하지 않도록 지도했습니다. 그에 따라 학생들도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게 정답인 줄만 알았습니다.

가장 후회 되는 일

‘주변에서 자꾸 공부를 잘하니 의사가 되라고 말하는 걸 듣다 보니 그것이 나의 길인 줄 알았다.
적성보다 성적에 맞춰 고교와 대학을 정했다.’

하고 싶은 말

‘나를 믿어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내가 무언가를 할 때 가장 두근거리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내가 겪은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여행 관련 사업과 집필 활동을 하는 김은지 씨

가장 후회 되는 일

‘수학을 좋아하고 외국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성적에 맞춰 그냥 외국어고에 갔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멋진 모습만 보고 희망 직업을 정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의 현업에 있는 사람부터 만나보라.
중고교 때 평생 직업을 찾기란 어렵겠지만 이런 훈련을 많이 하면 좀 더 빨리 길을 찾을 수 있다.’

- 단순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이보인 씨.

가장 후회 되는 일

‘중고교 때부터 방송반 활동을 했지만 방송인이 되는 현장의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대학 편입과 아카데미까지 거쳐 먼 길을 돌아왔다.’

하고 싶은 말

‘중고교생 대상 정보 및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면 방학 때마다 직접 부딪쳐 보라.
석 달 동안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사흘 동안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크다.’

- 막연히 방송인을 꿈꾸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의 적성을 깨달은 윤채우리 씨.


 

돌고 돌아서 자신의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입학의 기쁨도 잠시, 이들의 고민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보인 씨는 복식부기와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해졌습니다. 그래서 군 제대 뒤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노래방 화면에 광고를 넣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실패.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자금만 날렸습니다. 그리고 고교 시절 꿈꿨던 광고 일이 생각나 광고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부딪쳐 보니 밤낮도 없는 고된 일이 힘들어서 결국 적성과 무관한 통신 관련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김은지 씨도 의대 편입 준비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새 4학년이 되었고 불안감에 쫓겨 주변 친구들처럼 취업 준비를 한 후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취직하고 얼마 뒤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마음속 답은 항상 ‘노(No)’였습니다. 미련 없이 사직서를 쓰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꽤 잘되었지만 10년 뒤를 내다보니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한 일이어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막연히 방송인을 꿈꾸던 윤채우리 씨는 한글연구 동아리, 국제교류 박람회 기획,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 한가운데서 활동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자신에게 가장 맞았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더 많은 활동을 하면 길이 보일 것 같아서2009년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로 학사 편입했습니다.


이들은 지금에서야 자기 길을 찾았습니다. 이보인 씨는 지난해 6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SK행복 나눔 재단에 입사했습니다. 새롭게 눈을 뜬 사회 공헌 관련 공부를 위해 미국 케네디스쿨에 유학을 다녀온 뒤였습니다.
김은지 씨는 관광 분야에서 일할 구상을 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사회 후배에게 들려주고 공유하는 지식 나눔 활동에도 열심입니다.
윤채우리 씨는 언론사 여러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현장에서 통역으로 인연을 맺었던 핸드볼 관계자들과의 끈끈한 인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테니스 중계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2012년 9월 19일 

 

3명의 인생 선배 이야기 잘 들었나요? 이들은 모범생으로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성적과 주위의 조언에 따라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뒤늦게 자신의 꿈을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세 사람은 모두 “학창 시절에 나의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이 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스스로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 준비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현장을 찾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겪은 만큼 꿈꾸는 시야가 넓어진다.” 라는 말을 명심하고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는 수박씨 친구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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